용서할 용기

사람들의 불행이 보일 때 마음이 편치 않다. 내가 불행하다 생각할 때보다도. 기억이 있어 아프겠지만, 이제는 기억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 불행이 원수의 것이라 해도 마음은 녹아버린다. 그 원수를 용서할 용기도 없으면서. 오늘 새로운 맥주를 마신다. 맛이 좋다. 되도록 역사가 오래된 것들을 시험 삼아 먹어본다. 결론은 비싼 것이 맛이 있다는 것이다. 간단하다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는. 사람도 간단해지기를 바라는 세상이다.

담배를 끊은 지 꽤 시간이 흘렀다. 이유는 건강도 아니고 경제적인 것은 더욱더 아니고 단지 귀찮다. 담배 사러 가기 귀찮고 피우러 가기 귀찮고 치우기도 귀찮다. 그러고 보면 단지 습관이었는지도 모른다. 습관과 중독, 그 사이 어딘가.

한국으로 돌아가 살 생각이 점점 없어진다. 그저 그리운 것은 한국의 작은 아름다움이다. 작아도 볼품없는 바다는 없었다. 볼품없는 산도. 여기는 정말 못 생긴 산도 있고 못 생긴 바다도 있다. 재미있는 것이다. 이전에 전혀 알지 못한 것이라 그런지 신기하다고 떠벌린다. 못 생긴 경치.

술을 마시다 보면 이젠 좀 지겹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항상 새로운 술을 찾는지 모르겠지만 그나마 위안인 것은 한번 마음에 들면 질릴 때까지 먹는 습성과 세상에는 아직도 수많은 종류의 술이 있다. 취하지 않으면 똑바로 보기엔 너무 휘어 있는 세상이 아닌가.

배부른 개똥 철학자, 아직도 귓가를 짓누른다. 뭐 그다지 틀린 말이 아니므로 반박을 할 수가 없다. 빌어먹을. 사실은 “배불렀던”.

곰곰이 생각하면 담배를 끊은 것을 후회하는 것 같기도 하다. 심심할 때마다 그렇다.

예전, 아주 오래전에, 내 침대에서 나는 그녀의 향기를 오래 잡아두고 싶었다. 그 향기가 좋았다는 것은 기억이 나지만 그녀의 얼굴을 희미하다.

친구들이 궁금해했던, 사람들이 궁금해했던 왜 헤어졌어의 모든 답은 거짓이었다. 다 내가 무서워 도망간 것이다. 도망가는 것도 귀찮아질 때 그쯤 뭐 그렇지 하며 웃기도 하는 모습이 대견스럽기도 하다. 미친 것이다. 아마도.

눈이 크지 않아도 겁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 매번 눈을 크게 뜨는 습관이 생겼다. 오해도 많이 사기도 했지만 그리 싫지는 않다. 결국, 나는 내가 겁쟁이라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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